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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앨범속 단상..

최재춘 2017. 11. 9. 11:39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들이 이리저리 뒹구는 모습에 어느새 가을도 저만치 휭하니 지나쳐 가고 있다.

찬바람은 옷깃을 파고들고 년말은 다가오고 여기저기서 모임을 알리는 문자는 몸뚱아리 하나라로는 올해를 그리 쉬이 보내주지는 않을듯 하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초등학교지만 변변치 않게 모임 하나 없이 그저 그렇게 흘러오다 뜻있는 친구들이 늦게나마 년말에 모임을 잡고 밴드를 만들어 서로의 근황을 공유하니 잊혀졌던 추억들이 하나씩 하나씩 새록새록 저 깊숙한 내면에서부터 용솟음쳐 오른다..

누구에게는 기억하기도 싫고 아픈 추억일수 있지만 누구에게는 잊혀지기도 힘들고 잊을수도 없는 소중한 추억일것이다.

초등학교 앨범 사진을 졸업후 처음으로 보았다.

나는 초등학교 앨범이 없기에 만들지 않았다고 생각을 했는데 아마 그때 돈이 없어서 앨범을 사지 못해 지금까지 초등학교 앨범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서글픈 가난의 아픔이 나의 소중한 초등학교 추억마저 그렇게 앗아가버렸는데 그래도 이제라도 그 추억을 꺼내어 볼수 있게 되어 너무나 고맙고 갑순이 친구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앨범 사진속 우리는 까까머리에 천진난만한 눈망울만 똘망지게 치켜뜨고 있으며 그래도 읍내에 사는 친구들은 옷도 맵시있는 옷에 조금은 세련미가 보이는데 농사일에 자녀를 돌볼틈 없는 부모님 앞에 우리들은 모두가 츄리닝에 꽤재재한 모습이다.

그래도 모두가 그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당차고 똘망지게들 자라 지금은 저마다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우리 사회의 주역으로서 자리매김 하고 있다는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그리고 사진속 친구들을 보니 졸업후 한번도 보지 못한 친구들 이름도 가물가물한 친구들 얼굴마저 어렴풋이 기억나는 친구들등 세월의 흐름앞에 너무나 멀리 떨어져 함께 하지 못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을 해본다..

그래도 이제라도 만나자는 모임을 하니 불행중 다행이라 생각되어지며 그때 철없이 뛰어놀던 그 모습들 생각하며 전국에서 모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시절이 기억하기 싫은 아픔으로 있으면 열쇄를 꽉 채워서 뚜겅을 덮어 놓고 다시는 꺼내보지 말고 그렇지 않고 소중한 추억으로 가득차 있으면 어렵고 힘들때 기억의 곳간에서 하나씩하나씩 꺼내어 지금의 힘들고 어려움을 이겨내는 행복 바이러스로 활용하면 좋을것이다.

내겐 그 시절이 그렇게 썩 아름답고 행복한 기억은 아니다. 아마도 가난과 힘듬으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일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어려움이 있었기에 오늘날 차돌맹이같은 단단한 내가 있을수 있기에 나는 그 추억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것이다..

지금은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모두가 궁금하다.

 친구들아 

깨복쟁이 친구들아

혼자가면 빨리가도 함께가면 멀리간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우리 함께 멀리 가보자꾸나...

반백을 훌쩍 넘긴 그 긴세월을 뒤로하고 12월 그날 얼굴들 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