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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랑(아들의 질투)...

최재춘 2016. 2. 29. 13:55

2월의 끝자락에 눈발이 흩날린다.

 점심을 가볍게 먹고 사무실로 들어오니 친구에게서 전화가 따르릉..

그래도 밝은 목소리로 물어본다.

만일 자기 아내가 옛날 애인하고 데이트 하겠다면 어쩌겠느냐고?

나는 그건 죽음이지 라고 대답했더니!

친구 왈 그렇지 라고 나의 확답을 받고나서 친구는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우리 엄마가 첫사랑과 데이트를 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질투도 난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엄마가 지금 첫사랑과의 데이트는 아름다운 사랑이고 숭고한 만남이라고 버럭 큰소리를 쳤다..  

그리고 어머님을 전화로 연결해 준다..

연세가 85세인 친구의 어머니는 그 연세에도 옥구슬 같은 목소리로 첫사랑과의 만남을 이야기 하신다.

1951년 한국전쟁의 상흔이 채 아물지 않은 남녘의 광주에서꿈많은 여고시절 하숙집 옆에는 3살 연상의 대학생오빠가 있었고 그 대학생 오빠는 어머니를 무척이나 짝사랑 하였단다.

그래서 고향인 나주까지 걸어서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왔었다는 그 오빠는 서로의 인연이 맞지 않아 긴 이별을 하였고 어느새 훌쩍 지나버린 세월속에 저 추억의 뒷편으로 사라졌던 그 오빠가 불현듯 이 연세에 찾아왔다는 것이다.

부부동반 모임속에서 어머니를 잊지 못하고 있던 그 오빠는 어머니 동창들에게 어머니의 소재를 수소문하였고 가끔씩 동창회에 참석하였던 어머니에게 그 소식이 전해져 65년만의 만남이 이루어진것이다.

친구부부와 함께 만난 첫 자리에서 이미 인생의 황혼인 어머니는 들어오는 오빠를 알아보지 못했고 다행이 그 오빠는 들어오면서 "최여사님 옆에 눈이 훤해서 금방 알아보겠습니다"

라고 이야기를 하더란다.

그래 어머니는 새침하게 선생님 누구세요? 라고 물으면서 지나간 세월만큼 아련한 추억을 공유하였고 그 이후 그 오빠는 어머니의 동창들 전체를 초대해서 식사대접을 하면서 전체 동창들 앞에서 그 첫사랑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더란다..

그렇게 어머니는 나에게 전화로 그 아름다운 만남을  너무나 건강하게 말씀을 해주신다.

한편으로는 부럽고 한편으로는 너무나 아름다우신 어머님에 65년만의 첫사랑(짝사랑) 데이트를 들으면서

팔순이 훌쩍 넘으신 연세에 설레이는 그 만남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반백을 넘은 친구의 질투를 살짝 부러운 마음으로 어머님의 건강과 장수를 빌어본다..

그리고 올 친구의 어머님 생신때는 꼭 찾아가서 식사라도 함께 하면서 어머님의 첫사랑 데이트를 응원하고 친구에게는 행복한 질투 조용히 단념하도록 이야기 하련다..

어머님 오래오래 아름다운 만남 계속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