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을 걷이라 추수가 한창이다.
그 여름 온갖 비바람과 불볕 더위를 견더내고 알토란 같은 열매들이 온 들녘을 황금 빛으로 수놓고 있다.
특히 벼의 수확은 가을 걷이에 백미라고 할수 있다.
봄의 목도열병 여름의 잎마름병 벼멸구를 뜷고 온전하게 결실을 맺은 나락들은 출렁출렁 가을바람에 넘실댄다. 그러면 논에 물빼기를 통해 언제라도 벼를 수확할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한다. 그리고 낫을 들고 논으로 간다 마른 대지위에 벼를 베어 놓고 이 삼일 지나면 새끼줄을 가지고 가서 볏단을 묶고 그리고 또 몇일을 말리고 나서 볏단을 전부 모아 추수하기 쉽게 쌓아 놓는다.
그리고 추수날 홀태 기계를 이용하여 나락과 볏단을 분리해 내고 볏단은 볏단대로 묶어서 겨울에 지붕 이엉을 엮거나 소죽을 쑤거나 새끼꼬기 가마니 짜기등에 사용한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모든 일들을 한꺼번에 콤바인을 통해서 하기에 정말 편해졌고 노동력도 그 만큼 덜 들어간다. 특히 예전에는 나락을 가마니에 담아 지게로 전부 저 날랐는데 지금은 PP푸대로 가볍고 쉽게 운송을 할수 있다. 참으로 편한 세상이 되었다.
가마니 하면 어릴적 겨울에 사랑방에 모여 먼지속에 가마니 짜던 생각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가마니는 원래 우리 고유의 곡식 담는 기구가 아니다 1900년 초 일제에 의해 쌀수탈을 쉽게 하기 위해 일본에서 들여온것이다. 가마니란 말도 일본말 가마쓰(かます)에서 유래된 말로 원래 우리는 섬이란 곡식담는 기구가 있었으나 일제에 의해 가마니로 대체된것이다.
가마니를 짜기 위해서는 볏짚을 우선 가지런히 하여 가운데 중심대만 남기고 검불은 추려낸다 그다음 물을 약간 뿌려 먼지나는것을 방지하며 가마니 짤 준비를 한다.
가마니 짜는 틀에는 새끼줄이 여러겹 내려져 있고 그 사이로 바늘잽이가 짚을 잽싸게 물어오면 바디쟁이가 틀로 쾅쾅 아래로 쳐 단단하게 짚들이 결속되도록 한다.
보통 두시간이면 가마니 하나를 완성하는데 가마니 자체도 무거운데 거기에다 나락을 80키로씩 담아 지게로 날리는 일은 보통 힘든일이 아니었다.
보통 시골에서는 최소한 한가마니 정도는 지게로 가볍게 옮겨야 성인 대접을 했지 않나 생각을 해본다.
나도 중학교때 마을 어른들이 불러 나락 한 가마니를 저 보라고 할때 가볍게 일어난적이 있는데 그 만큼 한가마니의 의미는 시골에서는 다양하게 사용되어지곤 하였다.
지금은 80키로 가마니는 사라지고 40키로 PP푸대로 나락을 담는데도 어른신들은 연로하셔서 혼자서 옮기기가 만만치는 않다.
가을이면 추수의 기쁨이 온 들녘을 가득 채울고도 남을것인데 연로하신 시골 부모님들의 굽은 허리가 예전 만큼의 기쁨을 선사해주지는 않는것 같다. 오늘도 나락 한푸대를 겨우 힘들게 들고 계시는 우리네 부모님들.
그 속에서 잠시 엣날 한가마니도 모자라 두가마니를 지고 다니던 나의 모습을 회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