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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새의 꿈

최재춘 2013. 7. 25. 07:44

어릴적 우리 동네 앞에는 바다가 있었다 그때 어르신들은 그 바다를 제방으로 쌓아 간척지를 만들곤 하였는데 자주 제방 뚝이 무너져 간척지를 논으로 하지 못하고 그대로 뻘땅인체 허허벌판인 넓은 들판이 있었다.

나는 학교를 마치면 그 뻘땅 허허 벌판을 이잡듯이 뒤지곤 하였다 일명 데끼(도요새)알을 찾으러 다녔던 것이다. 보통 2시간 3시간 걸려 찾으려 다니곤 하였는데 얼마나 자주 다녔으면 동네 어르신들이 데끼새끼(도요새 새끼)라고 별명을 불렀을꺼나..  아무튼 이 새는 자갈이나 탱자나무 주변이나 좀 마른진 곳이면 어디에나 알을 낳곤 하였다 보통 3개에서 4개정도를 알을 낳는데 나는 그것을 주워서 먹곤 하였다.

 계란 하나가 너무나 귀하던 시절 도요새 알은 나의 충분한 간식 거리가 되었던것이다. 그래서 알을 하나 낳으면 세 개 낳을 때까지 이틀을 기다렸다가 가서 주워 오곤 하였다. 때론 어느정도 부화가 되어버린 알들도 발견하기도 하는데 그때는 도요새 알을 주워 물속에 넣어보면 뜨는지 가라앉는지를 보고 싱싱한 알인지 일정부분 부화된 알인지 구별하여 생으로 먹기도 하고 끓여 먹기도 하였다.

때론 좀더 큰 알을 구하기 위해 산으로도 다녔는데 꿩알과 오리알을 줍기 위해서다. 꿩알과 오리알은 보통 10개에서 15개씩 알을 낳는다. 한번 발견하면 대박이기에 후라이를 해먹기도 하였는데 특히 오리알은 크기도 커서 발견하면 몇일간 먹을수 있는 양이 되었다.

그때 그 뻘땅의 허허 벌판은 지금은 전부 논으로 변해버려 더 이상 도요새 알을 만날수 없지만 꿩알은 지금도 산에 가면 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은 발견해도 그냥 보기만 하고 지나간다. 먹거리가 부족하던 그 어려운 시절이었기에 용서가 되는 행동들이었고 지금은 자연과 더불어 공생을 해야 하는 시기이기에 그와같은 행동은 절대 있어서는 안될것이다.

그때 그렇게 도요새 알을 찾아 헤매던 실력은 군대 가서는 각종 불발탄을 발견하는데 최고의 실력으로 거듭났고 지금도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데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가끔씩 길을 가다가도 네잎 클로버를 손쉽게 찾곤 하는 것이다.

비록 지금은 안경을 쓴 잃어버린 시력이지만 집중력과 고도의 감각은 죽지 않고 살아 있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제 역할을 하곤 한다.

그 어릴적 산으로 바다로 들판으로 푸른 꿈을 찾아 정처없이 휘몰아치던 데끼새끼(도요새 새끼)는 이제는 어른이 다 되어 오늘도 또다른 꿈을 찾아 기나긴 여정의 발걸음을 쉼없이 내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