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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땅꾼의 어릴적 추억...

최재춘 2013. 7. 3. 07:37

뱀이다 뱀이다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뱀이다

어느 가수가 부르는 노래 가사다 뱀이 몸에 좋다는 얘기는 들었어도 맛이 좋은지는 모르겠다 어릴때는 친구들과 총싸움을 하고 싶어도 총을 살 돈이 없어 때때로 뱀을 잡아 팔아서 총값을 만들곤 하였다. 꽃뱀(화사)은 한 마리에 10원 늘뱀(물뱀)5원에 팔았다.

초등학교때는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연못에서 수업 대신 뱀을 잡아달라고 하면 그것이 신났던 전형적인 뱀꾼이었다.

지도에 있는 들로 산으로 하얀 비료 포대 하나를 들고 나서면 하루에 넉히 열 마리 정도는 잡았다. 가끔씩 놓치는 뱀은 비온뒤 햇빛이 내리쬐는 날 가보면 여지없이 일광욕을 하다 나에게 포획 당하곤 한다.

그렇게 뱀 사냥을 다니다 보니 나중에는 어느 산에 어느 들에 뱀이 몇 마리 있는지 알게되고 급기야는 산속에 들어 가면은 100미터 이내 뱀 기어가는 소리를 듣게 되는 촉각을 갖게 되었다. 풀숲을 스~~하며 기어가는 그 특유의 소리는 지금도 나의 촉각을 긴장시킨다.

 

나는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 뱀들과의 독특한 세 번의 만남이 있었다.

 그 첫 번째는 초등 2학년때 학교를 가다 도시락을 들고 형들과 중맥산으로 빠구리(중간치기,학교 안가고 땡땡이 치기/경상도 빠구리가 아님)를 치러 갔다 점심때 되어 도시락을 먹고 물이 없어 산아래 밭에 물이 나기에 갔더니 거의 내 키만한 꽃뱀이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뱀은 도망가지 않고 목을 추켜세우며 나하고 맞짱을 뜨자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상대를 잘못 선택한 뱀은 내 손에 든 막대기 한방에 나동그라져 포획되고 말았다(어릴 때 뱀이 자신의 키보다 높이 서면 죽는다는 믿거나 말거나 속설이 있었음)

 

두 번째 만남은 슬픈 사랑의 뱀과의 만남이다 가끔씩 뱀을 잡으러 가다 보면은 따뜻한 햇볕 아래 사랑하는 뱀들을 보게 된다 그러나 곧 사람을 보면 도망을 가는데 어느날 만난 이 연인뱀은 서로 애틋하여 도망갈 틈을 놓치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나를 보고서 그때야 제 정신이 들어왔는지 도망을 가기 시작하는데 아뿔싸 사랑의 끈은 놓지 못한채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려고 하나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그대로 일타 쌍피로 마무리 한 슬픈 만남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잊지못할 만남은 소 풀을 먹이러 어느 가을 산으로 갔는데 산속 나무아래 한 주변에 뱀떼가 있는 것이다. 30여마리 뱀이 우글우글 모여있기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잽싸게 소를 소나무에 묶어 놓고 집에가서 비료포대를 들고와 그 뱀을 손으로 갈퀴 긁듯이 잡았던 뱀떼와의 만남이 세 번째 만남이다.

 

지금은 시골에 가더라도 뱀을 보기가 어렵고 더욱이 뱀을 잡아서는 안된다 그때는 아프면 뱀으로 치료하던 시절이라 그랬는데 아무튼 어릴적 땅꾼은 지금은 뱀과의 한판을 꿈꾸지는 않는다. 다만 지나가는 뱀을 곱게 쳐다만 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