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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비의 추억...

최재춘 2013. 5. 22. 08:20

봄이 되면 만물이 생명의 기지개를 활짝 편다.

여기 저기서 겨우내 움크려 있던 각종 동식물들이 바삐 채비를 갖추고 혹여 늦을세라 따뜻한 봄볕으로 고개를 사알짝 내민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어릴적 배 고플때 뽑아 먹던 삐비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한다.

정말 먹을것이 간식거리가 하늘에 별따기보다도 더 없을때 애기다 우리에게는 주변에 널려 있는 모든것들이 간식거리로 유용하게 이용하던 그때 봄이 되면 우리는 산으로 들로 밭둑으로 삐비를 찾으러 헤매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하찮은 간식거리 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쓸데없는 애기를 할때 "삐비 껍닥같은 소리를 하지 마라"고 한다  삐비도 별볼일 없는데 그 껍질은 차마 말하여 무엇하랴..

그만큼 삐비는 우리와 뗄레야 뗄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속에 어릴적 우리들의 추억을 수놓고 있다.

삐비를 많이 뽑을때 우리는 삐비 따먹기를 하곤 하였다 방법은 간단하다.

 삐비를 대여섯개 정도 흩뿌리고 그 가운데 서로 교차되어 틈이 생기면 그 틈에 맞는 양만큼 삐비를 모아 그 틈사이로 드밀었다 빼면 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혹여 다른 삐비에 닿으면 시도했던 삐비는 전부 상대편에게 주어야 하고 성공하면 그 양만큼 상대편에게 받는것이다.

승부는 삐비를 잘 던져 틈을 만드는것이 첫번째 관건이고 그리고 두번째는 적당한 양의 삐비를 안전하게 그 틈사이로 드밀었다 빼는것이다.

간식거리와 놀거리를 함께 우리에게 선사 하였던 삐비는 봄이 우리에게 첫번째로 주는 선물이었는지도 모른다. 삐비는 그 속에 있는 내용물을 씹곤 하였는데 오랫동안 씹으면 마치 껌을 씹는듯 하였고 만일 뽑는 시기를 놓쳐 조금만 늦어도 먹을수 없는 질긴 상태로 되어버린다.

하얀 내용물이 조금만 색깔이 변해도 질기고 맛이 없어 그냥 버린곤 하였던 기억이 난다.

중맥산 산길을 따라 등하교길에 뽑아 먹던 그 삐비들 지금도 그 삐비는 그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건만  어느새 우리는 그 친하던 삐비를 나몰라 하고..

내년 봄이 되면 하얀 속살을 드러내는 그 삐비들을 마주치는 기쁨을 누려볼수 있을런지...

어릴적 배고픔의 애환을 송두리째 보듬고 지금도 아무일 없는듯 봄 햇살을 반기는 삐비들 그래 올해도 건강허니 잘 자라 내년에 한번 볼수 있도록 허자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