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오는 소리는 어디에서 들려올까요. 캠퍼스의 잔디밭일까요 봄처녀의 울렁이는 마음일까요 아마도 봄이 오는 소리는 넘치는 약동하는 새생명이 꿈틀대는 대지에서 가장 먼저 들려 오지 않을까요..
엊그제 같어도 살을 에이는듯한 강 추위가 우리를 얼어붙게 하더니 어느새 봄의 전령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무장 해제 시키고 봄과 함께 덴스를 한곡 어떠신지요 하고 물어 보고 있네요..
고향의 봄은 파릇파릇한 들녘에서 가장먼저 우리를 반겼지 않나 생각을 해봅니다. 겨우내 움추리고 눈속에 숨죽였던 보리는 봄과 함께 그 푸른 자태를 마음껏 뽐내며 이제 부터는 내 세상이다 라고 하며 그 젊음을 한껏 발산하곤 하였죠.
우리에게도 봄은 언제나 설레이게 하였던것 같습니다 봄만 되면 왜그리 납부금을 들고 서울로 서울로 정처없이 떠나는 친구들이 많았는지..
그 세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바람처럼 성난 파도처럼 우리의 젊음은 목표를 잃은 돛단배처럼 정처없이 용솟음쳐 오름을 제어하지 못하고 그렇게 정처없이 저 성난 바다를 헤쳐 나가고자 하였던것입니다.
그러나 봄이 지나가고 타오르던 열정이 사라지고 나면 긴 한숨과 함께 찾아오는 현실은 우리를 슬프게 하였지요 그래도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기에 그 슬픔을 나누어 잘게 부수고 봄의 여운을 함께 잘 넘겼던것 같습니다.
우리 시골에는 참 보리를 많이 심었던것 같습니다 봄의 시작과 함께 어릴적 학교에서는 가정 방문을 하곤 하였죠. 그때 난 선생님과 함께 태천리 연화동 쪽을 갔었는데 온 들녘이 푸른 보리로 출렁이는 그 모습은 지금도 잊을수 없는 장관이었고 어린 내 가슴에 봄이란 이렇게 정열적이고 생동감 있고 아름답구나 하는 기억이 지금도 또렷이 남아 있어 나중 봄에 고향에 가게되면 다시한번 그 보리밭 길을 꼭 걷고 싶네요..
누구에게는 봄의 보리밭이 다양한 생각이 교차되는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듣기도 하였는데 짓이겨진 보리의 슬픈 추억들과 함께 결코 잊지 못하겠지요.
그래도 봄은 우리에게
돌담 밑에 부끄러운듯 다소곳이 얼굴을 내미는 민들레 처럼 온 산야를 점령할듯 붉게 타오르는 진달래처럼 새색시 고운 미소같이 돌담에 피어나는 개나리처럼 중년의 자태를 고이 간직한채 뒷뜰에아련히 피어난 하얀 목련처럼 우리곁에 살며시 다가왔네요.
이 봄이 오는 소리에 다시한번 요동치는 중년의 봄바람은 어디로 향해야 할지...
유월에 그 따뜻함이 중년의 봄을 포근히 감싸 안으면 이 봄도 우리에게는 희망의 봄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