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 문학관을 다녀와서...
어느새 차가운 가을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노란 결실이 온 들녘을 풍성하게 넘실대는것이 엊그제 같건만 이제는 온 산야가 붉게 치장을 하고 있다
운동을 하는것이 삶에 전부인냥 쉼없이 내달리던 발걸음이 멈춘지 벌써 반년 아마도 앞으로도 반년은 더 지나야 예전 야생마처럼 운동장을 내달릴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오늘도 인내해 본다.
시간이 남으니 자연 책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최근 읽었던 글중에 최명희 작가님에 혼불이 무척이나 인상에 남는다
3대에 걸쳐 남원땅 종가집과 그 주변에 삶들을 서사적으로 풀어내는 글속에서 때론 너무나 어려워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많이 있었지만 작가분께서 심혈을 기울여 한자한자 적어 내려간 우리의 날것 그리고 남도에 구수한 말투는 조금씩 사라지는 그 시절을 생각나게 하고 있다
또한 관혼상제와 수많은 역사적 내용들을 읽을때는 역사서인지 아니면 소설인지 사뭇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전체 10권으로 되어 있는 혼불은 아직도 못다한 이야기를 한보따리 남겨놓고 병마에 작가님이 안타깝게 쓰러지시면서 우리에게 수많은 상상력을 숙제로 남겨 놓았다
그러나 10권 그 자체로도 충분히 우리에게 보물같은 글임에는 틀림이 없다
처음 1권을 읽을때 혼례장면에서 홀기(忽記)라는 한자가 나오기에 내가 알고 있는 홀기(笏記)라는 한자와 틀리기에 아니 어떻게 틀릴수가 있지 하면서 여기저기 물어보고 자료를 찾아보니 혼례나 제례시 행사전반에 순서를 적어놓은 홀기(笏記)의 笏(홀 홀자)자는 忽(홀연히 홀자)자와 동일한 내용으로 홀연히 잊는것에 대비하여 적어놓은 글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많은 문헌을 보고 검증해서 소설을 쓰신 작가님이 정말대단하시구나 생각하며 다시한번 홀자 하나를 보면서도 작가님에 뼈를깍는 정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시간을 내어 남원에 있는 혼불 문학관을 가보았다
소설속에 나와 있는 여러 지명을 보면서 소설임에도 소설같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소설속 내용을 입체 모형으로 만들어 재현해 놓은 디오라마 [diorama]라는 전시실을 보면 소설속 내용이 마치 살아있는듯 착각을 들게 하였다
잠시 혼불 소설속을 거닐다 전시관 마지막 부분 청암부인에 상여 나가는 장면이 있기에 자세히 보니 아들 이기태가 들고 있는 장례 지팡이가 보인다
혼불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자식은 저장(苴杖)이라하여 둥근 대나무 지팡이를 들고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삭장(削杖)이라 하여 오동나무 지팡이를 아래부분 사각형으로 다듬어 든다고 되어 있다
즉 천원지방 [天圓地方] 하늘을 상징하는 아버지는 둥근 대나무를 땅을 상징하는 어머니는 사각형 오동나무 지팡이를 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기태의 지팡이가 너무나 작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기 힘든데 그런데 대나무 마디가 보인다
웬걸 혼불 문학관에 소설과 틀린 양식으로 모형을 만들다니 어렵사리 해설사분과 통화를 하니 그 작은걸 어떻게 알아냈느냐며 대단하다고 말씀을 하신다 사실은 해설사님도 알고 계시며 수정을 해야 한다고 말씀 하신다
아무튼 소설을 읽고 문학관을 보니 새삼 작가님에 인고의 노력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좋은 소설을 우리에게 선물해주신 최명희 작가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다시한번 되새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