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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고향 추억...

최재춘 2018. 9. 10. 17:33

한여름의 무더위도 반갑지 않은 가을 장마도 따사로운 가을 햇살앞에 모두들 조용히 고개 숙인다.

특히 그 모진 더위와 비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악착같이 살아남은 곡식들은 가을 햇살의 따사로움을 품어안으며 풍성한 가을을 향해 한껏 내달리고 있다. 

이제 머지않아 추석이다.

다가오는 추석을 기다리며 가을 들녘은 서서히 노란 새옷으로 갈아입기 위해 여기저기 서두르는 모습이 느껴진다. 

모두들 분주히 움직이는 주말 나는 모처럼 친구들과 함께 벌초를 명분삼아 시골로 향했다.

명수, 의진이와 함께 새볔바람을 가르며 먼저 도착한곳이 유동 앞바다였다.

사리때인지라 바닷물은 기다려 주지 않고 노도와 같이 밀려오는데 우리는 그틈을 노려 낙시대를 바다에 던졌다.

들물인지라 고기들이 함께 멀리서 헤엄쳐 오면서 배가 고팠는지 미끼를 넣자마자 입질이다.

한시간 가량 잡으니 운저리(망둥이) 100여마리에 삐드락(돔새끼) 10여마리가 금새 양파망을 듬직하게 한다.

바닷가에서 기초 손질을 하고 의진이 집으로 가니 어머님이 순식간에 막걸리 식초에 운저리 회무침을 해주신다.

어릴적 시골의 그 맛이다.

우리는 막걸리에 회무침을 먹고 남은 무침은 밥에 비벼서 한그릇씩 뚝딱 해치웠다.

식사가 끝나자 바로 각자 집으로 이동 본격적인 벌초 작업에 들어갔다.

처음써보는 예초기지만 안전에 조금 신경쓰면 크게 어렵지 않았고 특히 작업 속도는 예전 낫으러 작업할때보다  훨씬 빠르기에 딱 내스타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만 무거운 예초기를 장시간 손으로 들고 작업을 하다보니 양팔의 뻐근함이 조금 오래가는 아쉬움이 남는다.


저녁에는 읍내로 나가 맥주 내기 당구를 시골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하였는데  나하고 한편을 먹은 호철이가 음주 당구로 상대편인 명수 상천이에게 결정적인 승리를 헌납하였다.

그래도 반가운 소꿉 친구들은 즐겁게 맥주를 마시며 또다른 가을의 추억 한페이지를 그렇게 만들어 갔다.

이튿날 우리는 또다시 유동의 손맛을 잊지 못하고 다시 바다로 향했다.

결과는 그전날보다도 더 많은 수확량속에 일부는 다가오는 추석을 대비 건정을 하고 나머지는 또 맛나게 막걸리 식초에 회무침으로 마무리 하였다.

군산에 일정이 생겨 바쁘게 친구들을 재촉해 돌아온 길이었지만 언제나 내고향은 맑은 공기에 온화한 인심에 어릴적 그 맛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슬플때나 기쁠때나 따지지않고 갈수 있는 내 추억의 따뜻한 안식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