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봄을 기다리며...
봄 내음이 저 멀리서 봄이 성큼 다가 왔음을 수줍은듯 고백한다.
봄이 와서 봄 내음이 나고 꽃이 피는것이 아니라 꽃이 피고 봄 내음이 나니 봄도 소리소문 없이 우리곁에 오는구나.
꽃 피고 봄 향기 만발하니 봄은 봄이로다
그러나 그 봄은 우리가 고대하고 기대하던 봄은 아니구나. 남북의 평화가 찾아오고 민주주의의 염원이 하나둘 이루어지고 그동안 또아리를 틀던 부조리와 부정의가 정의롭게 태어나는 그 봄이지만 오직 내가 발디딛고 있는 이곳만은 더욱더 얼어붙은 동토의 땅이구나.
비어있는 상가들, 손님이 없어 썰렁한 식당들, 하나 둘 빠져나가는 유치원 학원들,
그리고 아무런 보호막 없이 망망대해로 떠 밀려나가는 노동자들.
그렇게 이 봄을 시샘하는 저들에 의해서 군산의 봄은 산산조각이 나고 만신창이가 되어 누더기 되고 말았던것이다.
근심 걱정에 잠 오지 않는 새벽 문득 일어나 책을 펴든다
무소유 참 삶을 실천하시던 법정 스님의 일기일회라는 책이다.
일기일회(一期一會)란 중국 진(晉)나라 원언백의 “만년에 단 한번, 천년에 단 한차례뿐인 귀한 만남 ‘만세일기 천재일회(萬歲一期 千載一會)’”에서 나온 말로 모든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기회이며, 모든 만남도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보통 차를 마시는데 있어서 이런 마음으로 차를 대접하고 마시라는 의미에서 다실에 자주 나오는 글귀다.
아무튼 이 책에서 나는 자비라는 참 뜻을 처음으로 느껴본다.
자비(慈悲)는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고 괴로움을 없게 한다라는 불교 용어이지만 이 두단어가 철저하게 대조적이면서 함께 하여 큰 뜻을 품게되는것이다.
사랑할자(慈)와 슬플비(悲) 즉 기쁨도 슬픔도 함께하여 못난 중생들을 부처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말인것이다.
생각해본다
지금 누군가는 쏟아지는 소나기에 우산도 없이 걸어가고 있다.
나는 그들에 우산이 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함께 소나기를 맞으며 걸어가 주어야 하는가?
자비를 깨달으며 나는 기쁨도 슬픔도 함께 하는 그래서 그들과 함께 내리는 봄비를 시원하게 맞아주는 그리고 다시 오뚜기처럼 일어서서 우리가 기다리는 그 봄을 마중하련다.
화사한 복사꽃이 우리를 반기는 그 봄, 노오란 개나리꽃이 인사하는 그 봄, 분홍빛 진달래가 부르는 그 봄
우리는 그 봄을 씨뿌리련다.
내년에는 꽃피는 봄이 오기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