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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추억..그리고 단오

최재춘 2018. 1. 11. 15:55

일산에 친한 친구가 있어 가끔씩 얼굴을 본다.

며칠전 15년된 죽순으로 담근 좋은 술이 있어 한잔하자고 하기에 참치를 안주로 여러잔을 마셨다. 요새는 친구나 나나 몸이 예전같지 않기에 술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우리는 오가는 술잔속에 문득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온 세상이 흐려도 혼자서 맑아보고 온세상이 취해도 혼자서 깨어 있자는 이연우 교장선생님 이야기를 하였다.

얼마나 그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면 친구나 나나 모두 3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을까 생각을 하면서 사실 이 이야기가 사연이 많다는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BC280년의 이야기다.

때는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초나라의 굴원이라는 정치가이자 시인이 있었다. 숨가쁘게 각축을 벌이던 전국시대 일곱개 강국 연.조.제.위.한.초나라가 바야흐로 진나라 장의의 연횡전술에 무너지고 있을때 초나라의 왕족출신인 굴원은 끝까지 초나라를 지키고 진나라와 대립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대세가 진나라에 기운것을 안 대신들은 모함을 통해 굴원을 강남으로 내치게 되고 굴원은 거기서 울분을 삼키고 있는데 지나가는 어부가  굴원을 알아보고 어찌하여 초나라의 대신을 지낸 사람이 강남의 강가에 있는지 물었다.

 이에 굴원은 온세상이 취했는데 혼자서 깨어 있었고  온 세상이 흐린데 혼자 맑다 보니 쫒겨 났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자 어부는 성인은 세상을 따라 변해야 한다며 세상이 탁하면 진흙탕을 휘저어 흙탕물을 일으키고 세상이 취하면 술지게미라도 먹으며 함께 해야지 어찌 혼자서 고결한척 하다 쫓겨 났나고 말하니,

굴원은 새로 머리를 감은 사람은 반드시 갓을 털고 쓰고 새로 목욕한 사람은 반드시 옷을 털고 입는데 어찌 결백한 몸으로 더러운것을 받아 들일수 있소 하니,

어부가 하는 말이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라 하며 홀연히 사라지고 만다.

이후 초나라가 진나라에게 무너지니 BC 278년 5월 5일 굴원은 멱라수에 몸을  던지니 이후 충신 굴원을 기리기 위해 5월 5일을 단오(端午)로 정하여 추석 설과 더불어 중국의 3대 명절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러한 굴원의 삶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를 하게 되는데 현실정치와 타협을 하고 갈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소신을  타협없이 지키고 갈것인가 하는 많은 기로에 있어서 2300년전 굴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암튼 오랜만에 옛추억을 떠올리며  단오의 유래까지 함께 하였는데 그래도 술 앞에는 장사 없다고 15년된 죽순 술 앞에 초롱초롱이 멀어져 가니 친구야 건강이 최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