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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엿의 추억...

최재춘 2017. 1. 16. 16:51

날씨가 겨울답게 춥다.

역시 추울땐 추워 주는것이 제맛이다. 마치 봄도 아닌것이 봄마냥 따스함을 계속 머금고 있으면 봄은 어디로 가라고 하는지 그리고 겨울의 그 동장군 위세는 어디가서 찾는단 말인가?

아무튼 꽁꽁언 대지위에 칼바람이 쌩쌩 그래도 시간은 흘러 다음주는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다.

설이 되면 나는 언제나 먹고싶었던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물엿이다.

어리적 할머니 어머니께서 엿을 하는 날에는 장작을 쌓아놓고 계속해서 불을 지피면 가끔씩 구들장 아랫목 장판이 노글노글 해지고 발을 디디기도 힘들 정도였다.

때로는 일에 정신이 팔려 깜박해서 장판을 걷어 놓지 않을때는 녹아 내리거나 까맣게 타기가 일쑤였다.

어릴적 친구네 집을 놀러 가보면은 대부분 장판이 정상이 아닌 경우는 십중 팔구하고 엿을 만드는 제작 과정속에 애꾸진 장판이 화를 당했음을 알수 있었다.

엿은 보통 물엿과 갯엿으로 만들어서 먹었는데 작은 단지에 먼저 물엿을 담고 나머지는 밀가루 위에 갯엿으로 굳게 만들어 먹곤 하였다.

하지만 유독 물엿을 적게 만들어서인지 쑥떡에 찍어먹는 그 물엿의 맛은 어릴적 가히 상상을 초월 천하일미였다. 그래서 집에 부족한 물엿맛을 느끼기 위해 세배를 다녔는데 물엿이 나오는 집을 잘알고 있기에 그 집은 꼭 빠지지 않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작은 제기그릇에 나오는 적당량의 그 물엿을 못잊어 혹여 설이면 물엿하는집이 없나 묻곤 해도 번거롭고 귀찮아서 인지 어느곳에 가도 물엿은 그 존재를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다 며칠전 티브에서 물엿을 4대째 만들고 있는 강원도 어느 가정집이 방송되는것이다. 그것도 칡으로 만드는 물엿이라니.

즉시 전화해서 택배를 시켰다.

그리고 도착 하자 마자 도착한 물엿에 떡을 사서 찍어 먹어보니 과연 어릴적 그맛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다만 아쉬운것은 어릴적 물엿은 그냥 후루룩 마실정도록 점성이 약했는데 지금의 물엿은 점성이 더 강해서 마실 정도는 안되고 찍어 먹는데는 괜찮았다..

아무튼 오랜만에 먹어본 물엿을 통해 다가온 설을 먼저 만끽하는 기쁨을 누리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