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출허(樂出虛)라?
110년만의 폭염이라.
매일 잠못드는 밤에 때론 지쳐가는 몸을 바라보면서도 지금 이 순간 들판에서 고추를 따고 깨를 베어내는 우리내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이 정도 더위는 아무것도 아닐진대 하며 스스로를 달래본다.
그러나 아마도 내년에는 더욱더 더위가 기승을 부릴듯하다.
아무튼 우리 스스로 무절제한 자원의 사용과 환경 파괴의 인과응보가 아닌가 생각을 해보면서 이제부터라도 비우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나 생각을 해본다.
옛말에 낙출허(
樂出虛)라고 하였다.
즉 즐거움은 빈곳으로부터 나오는 법
이제부터라도 욕심과 욕망을 내려놓고 좀더 환경과 더불어 사는 삶들을 통해 우리 사회가 온난화로부터 다시 살아 숨쉬는 지구를 지켜내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문득 중학교때 하얀 백지에 여백을 남기지 않고 까맣게 글쓰기를 숙제로 내주던 선생님들이 야속하게 느껴진다.
그분들에 입장에서는 영어 단어를 외우라고 하면서 내준 숙제 였지만 우리는 어느새 비움을 모른채 줄기차게 꽉 채우기만을 하였던것 같다.
어떤때는 영어 단어와 관계없이 볼펜 두개 세개를 한데 묶어서 정말 백지가 까맣게 되도록 휘갈겨 제출하기도 하였는데 그 까만 백지에 하얀 부분 조금만 보여도 야단치던 그 선생님들의 메몰찬 지청구가 어느새 우리 가슴에 남아 나도 모르게 메마른 삶을 건조하게 살아오지 않았나 생각을 해본다.
이제부터라도 비우고 덜어내서 조금은 여유롭게 더디가더라도 함께 가는 그러한 삶들을 살아야 함을 반백이 넘은 나이에 조심스럽게 깨우쳐 본다.
그리고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 하듯이 내 주변사람들을 따뜻하게 하면은 멀리 있는 사람도 자연스레 찾아 오듯이 소중한것들이 결코 멀리 있지 않고 내 가까이에 그리고 행복도 저멀리 있는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소소함 속에 귀중한 행복이 있음을 차츰차츰 알아가면서 그래도 더위 앞에 무릎꿇지 않고 한걸음씩 나아가는 나만의 생각들이 아름다운 하루다.
지나는 세월앞에 장사 없듯이 처서가 지나간 이 자리 더위도 결코 오래가지 못함을 알기에 나는 오늘도 어디를 비워 그래서 누구에게 즐거움을 전해줄까 조심스럽게 찾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