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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

최재춘 2013. 11. 28. 15:49

 서울에서 일정이 있어서 일을 마치고 새벽에 군산으로 내려왔다.

무척 차가운 날씨속에 눈을 뜨고 차창 밖으로 펼쳐진 하얀 세상을 꿈인냥 바라 보았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 차가운 바람이 귓볼을 스치고 지나갈때 아 이것이 현실이구나 하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내딛는 발길 바라보는 눈길따라 나무 위에도 도로 위에도 주차된 차량위에도 함박눈은 마치 제집인냥 밤새 그렇게 찾아 왔던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군산의 첫눈이 아닌가 싶다.

 몇인전 흩날리기는 했어도 이렇듯 30센티가 쌓인눈은 처음 이기에 내 스스로 올해 첫눈을 어제 밤으로 규정지고 싶다.

어릴적 눈은 참 우리를 힘들게도 때로는 추억거리로 만들기도 하였다.

교통편이 좋지 않던 시절 겨울 방학이면 학교에 공부를 하러 다닐때 십리길 눈길을 혹독한 추위에 온몸을 내 맡긴채 걸어 그렇게 두손 공꽁 언채 교실로 들어와 호호 불며 난로가에 잠시 언손 녹이며 넘기던 책장은 어느새 힘든 추억의 한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 추위에 비료 포대에 볏짚을 넣고 뒷메뚱으로 올라가 미끄려저 내려오는 그 재미와 꽁꽁언 논으로 가서 얼기설기 만든 썰매를 끌며 친구들과 함께 그 겨울의 추위를 함께 하던일 그리고 동네 내리막길을 온통 미끄럽게 만든다고 어르신들에게 꾸지람을 들어가며 타던 일등 눈은 우리에게 때론 개구장이의 추억과 어렵고 힘든 시기의 고난의 추억을 함께 남겨 주고 있는것이다.

우리는 눈이 오면 무작정 뛰어나가 함박 눈을 맞고 싶다.

그리고 하얗게 내린 눈을 한웅큼 입에물고 그 찬맛을 가슴속으로부터 느끼고 싶다.

 그러나 요새는 산성 눈이라 해서 맞는것도 먹는것도 피하고 있어 참으로 아쉽다.

어제 까지만 해도 단풍이 울긋불긋 건물이 형형색색 그리고 지저분한 색으로 뒤덮인 거리들  온 세상이 저마다 자기 색이 최고라고 뽐냈지만 그러나 하루 아침에 하얀눈은 이 모든것을 하얗게 바꾸는 마술을 부린것이다. 자연의 위대한 힘 앞에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생각하며 좀더 겸손하고 순리를 따르는 삶들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을 해본다.

첫 함박눈이 내린 아침에 잠시 눈처럼 하얀 세상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