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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에 추억..

최재춘 2013. 2. 25. 08:31

어제는 정월 대보름이었다.

 여기저기서 달짚을 태우고 둥근달을 보면서 한해 모든 액귀를 쫓아내고 건강하고 풍요로운  한해를 모두가 빌어본다. 예전에는 정월 대보름이 가장 큰 명절이었던것 같다. 설 지나고 바로 찾아오는 대보름 준비는 우리 모두를 설레게 하였다.

여기저기 깡통을 찾아 횃불놀이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황도나 깐포도(어릴적 간쓰메라고 함) 깡통은 귀한 것이었고 특히 남양이나 매일 분유통을 하나 구했을때 주변의 그 부러움은 두 어깨가 으쓱으쓱 하였다.

깡통이 구해지면 못을 이용 빙 둘러 구멍을 내고 모두가 산으로 감솔을(송진이 묻어있는 소나무) 따러 간다 소나무에 있는 고니에 송진이 붙어 불을 붙이면 쉽게 붙고 오래 타기에 우리 모두는 이 감솔을 준비 하여 횃불놀이를 하였던 것이다.

집에서는 오곡밥을 준비하여 밤이면 밥 얻으러 이집 저집 다녔고 다 모아진 밥을 한곳에 모여 서로 나누어 먹던 대보름이건만 난 어제 오곡밥도 먹지를 못했다 얘들이 오곡밥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찰밥만 해주는것이다.. 각설하고 대보름에는 일찍자면 눈썹이 희여진다고 밤새 잠을 쫓는라 고생한일이며 아침에 일찍 일어나 무조건 만나면 내더위라고 외치면 올 한해의 더위를 전부 팔곤하였고 집집마다 복조리를 준비하여 한해의 복을 기원 하기도 하였다...

각 동네는 대보름이 되면 그 동안의 갈고 닦았던 농악 실력을 마음껏 뽐내는 지신밟기(땅의 신 다스리기)가 시작되고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맛있는 음식이며 함께 대동단결의 의미를 새겼던 그 시절이 지금도 그립기만 하다 나도 음악에는 실력이 없기에 주로 북이나 징을 들고 치곤 하였던 기억이 난다.

때론 과격하게 옆 동네와 돌싸움도 하곤 하였는데 우리 동네에서는 주로 자동리나 태천리로 원정을 가서 밤에 돌을 던지고 도망치곤 하였다 후에 들어보면은 기와장 스레트 지붕이 깨졌다는 애기를 듣곤 하였다 지금은 대보름 관련 많은 놀이 문화가 사라져 버렸는데 아직도 동네별로 달짚 태우기나 논두렁 밭두렁 태우는 쥐불놀이 줄다리기 지신밟기 정도는 남아서 마을마다 행해지고 있는것 같다.

새해 가장 크게 뜨는 대보름달을 보며 한해의 무사안녕과 풍년을 기원했던 우리 조상들, 각 종 부스럼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부럼을 준비하여 먹었고 한해 동안 밝은 귀로 듣고자 귀밝이술을 마셨던 슬기와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오늘이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오늘 18대 대통령 취임식이 있다 귀 밝이술도 준비하고 부럼도 준비하여 아픈것 걱정하지 않고 국민들에 목소리에 열려 있는 새로운 정부가 되었으면 좋겠다